사 직 서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사 직 서 정보

사 직 서

본문

얼마 전 입사 2주년이라는 글을 썼는데, 우습고 민망하게도 곧바로 사직을 하게 됐습니다.
그누보드라는 커뮤니티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아꼈던 한 회원에서 직원으로 2년이라는 시간동안
참 많이도 울고 웃었습니다.

자부심은 압박감이 되고, 층층이 쌓인 지난 날의 실수와 성에 차지 않는 결과물들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스스로부터가 짊어지기 힘든 부담이 되었다는 걸 어느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를 재부팅하듯 제 커리어도 환경도 재부팅하고 싶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해서 새로운 일을 디자인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미처 잡지 못한 이상의 나래가 넘실거리는 곳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안정된 직장생활도 포기할만큼요.

돌이켜보면 SIR에서 보낸 2년은 그 어떤 때보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아팠던 시간들입니다.
그 중심에는 제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리자님이 계셨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마음의 짐과 부담을 끌어안은 채로는, 더 많은 일들을 하기 전에 지쳐버리겠단 생각을...
어쩌면 지쳐버리는게 아니라 지금의 편안함에 안주해버려서 도태되버리는 끔찍한 결과가 생기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 얘기를 지운엄마에게 꺼냈을 때, 지운엄마는 반대했습니다.
지운엄마는 저만큼이나 SIR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다녔으면 좋겠어... 그게 지운엄마가 한 첫마디였습니다.
두세번쯤 이야기를 더 꺼내고, 일이 뜻같지 않을 때는 재취업하겠노라 하니, 마침내 지운엄마가 그러더군요.

그럼 서방님이 해보고 싶은 대로 해봐

그러고도 한참을 더 있다가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직서를 들고 리자님 방으로 들어가는 데 현기증이 났습니다.
지운이 얼굴이 한참을 맴돌았습니다. 리자님은 일주일 더 생각해보라며 시간을 주셨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갈증, SIR 에서 배우고 익힌 은혜, 점점 자라는 지운이를 생각하며
갈등은 다시 커졌습니다.

지운엄마한테 물어봤습니다.
여보 그럼 1년만 더 꾹 참고 다녀볼까? 그런 다음에도 같은 생각이면 그때 새로운 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지운엄마가 단칼에 잘랐습니다.
애매하게 굴지마. 해보고 싶을 때 해봐.
알았어.

지금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다시 머리가 띵합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SIR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직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과 뒷일이 정비되는 데로,
저는 다시 SIR의 회원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습니다.


리자님 가르쳐주시고 보살펴주신만큼 은혜를 갚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나대는 퍼블리셔 감싸주신 편리님 감사합니다.
끝없이 뱉어내는 수정사항에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웃어 넘긴 속깊은 동갑내기 thisgun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서 항상 사고만 치고 허세만 부렸던 저를 좋게 봐주신 회원님들께도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정말 감정적이 되네요. 눈물날 것 같습니다.
쓸 말이 넘치고 넘치는데 진짜 눈물날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0

댓글 23개

저는 하직서를 올립니다.
천국에서 쓰는 편지에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안녕히


저를 위해 만원짜리 소고기만 상에 올리고 절해주세요
ㅠ_ㅠ 순진한 사람 딱 속기 좋은 글이네요.
댓글을 안봤으면 글을 읽은 지금이 만우절인지 모를만큼요.

요즘 제가 이 직장을 때려쳐야 할지말지 하루에 스무번씩 생각하다보니 너무 마음에 와 닿아서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나봅니다.

앞으로 지운아빠님을 딱 1년만 미워하겠습니다. -_-
남자는 의리(?)가 아니고
이성계의 결단이 필요합니다..ㅎㅎ
다만, 든든한 후원자이신 지운아빠없는 냑에 무슨 낙으로 다시 와야할 지 고민됩니다.
전체 195,436 |RSS
자유게시판 내용 검색

회원로그인

(주)에스아이알소프트 / 대표:홍석명 / (06211)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07-34 한신인터밸리24 서관 1404호 / E-Mail: admin@sir.kr
사업자등록번호: 217-81-36347 / 통신판매업신고번호:2014-서울강남-02098호 / 개인정보보호책임자:김민섭(minsup@sir.kr)
© SIRSOFT